새 쪽지
쪽지 플러스 구매
쪽지
삭제 전체 삭제
  • 쪽지
  • 친구
로즈선물
  • 임의지정
  • 내 보유로즈
    0

젤리선물
  • 임의지정
  • 내 보유젤리
    0

하트선물
  • 임의지정
  • 내 보유하트
    0

메시지 상세
00:00

logo

http://s67e0c17039331.inlive.co.kr/live/listen.pls

중후함 단아함 아름다움

좋은 멜로디에 담긴 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 29
  • 누들︎︎︎︎︎(@jackbenoodle)

  • 29
    누들︎︎︎︎︎ (@jackbenoodle)
    2025-11-12 15:19


    ‘명(名)’은 ‘이름’을 뜻합니다.
    이 글자는 ‘저녁 석(夕)’과 ‘입 구(口)’가 결합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저녁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이름을 불러야 했지요.
    그래서 ‘명’이라는 글자에는
    “어둠 속에서 부름으로써 관계를 잇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이름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부름으로써
    그가 ‘거기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이름의 본래 역할이 아니었을까


    이름을 부르는 마음은
    지워지려는 것, 멀어지고 사라져가는 것을
    끝내 붙잡으려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녁에 떠올리는 이름은
    더욱 애틋하고, 더없이 뭉클합니다.

    댓글 3

  • 29
    누들︎︎︎︎︎ (@jackbenoodle)
    2025-11-11 16:09


    ‘서도’, 글씨에도 도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도는 글자를 또박또박 잘 쓰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백지 위에 글자를 어디에 두고,
    어떤 간격과 흐름으로 놓을지를 헤아리며
    글자들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서도 관계론"에서 말합니다.

    /
    붓글씨를 쓸 때
    한 획의 실수는 그다음 획으로 감싸고,
    한 자의 실수는 다음 자나 다음다음 자로 보완한다.
    한 행의 결함은 다음 행의 배려로 고친다.
    이렇게 완성된 한 폭의 글씨는
    실수와 보상, 결함과 사과로 점철되어 있다.”

    신영복, 《서도 관계론》
    /


    이 말은 단지 서예의 이치를 넘어 삶의 진리처럼 다가옵니다.
    우리는 종종 첫 획을 망치면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선 획의 실수는 다음 획으로,
    앞선 행의 결함은 다음 행의 배려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지요


    서도 관계론은 말합니다.
    삶의 실수는 지워야 할 얼룩이 아니라,
    다음 획이 품어야 할 이야기와 여백이라고.


    그래서 이 관계론은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삶의 전반전이 실수와 결함으로 어그러졌더라도
    후반전의 보상과 사과로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위로입니다.

    댓글 3

    • 쪽지보내기
    • 로그방문